뚜벅이 퇴근에는 암묵적 룰이 있다.
역 앞 분식집에서 오뎅을 먹어야 한다.
거긴 바 테이블 밖에 없어서 모두가 서서 오뎅을 먹는다.
빼곡히 서도 열명 이상 들어갈 수 없는 협소한 곳이다 보니 오뎅을 한입 먹을라치면 옆 사람과 한번은 부딪혀야 한다.
겨울이라 도톰한 옷 때문에 몸들이 둔한 건지 아니면 그러려니 하는 건지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어쩌면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이 오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저번엔 손님이 “악! 쥐다!” 소리를 질렀는데 주인분이 경기를 하며 “어디요?” 하고 되물으셨다.
순간 긴장했다.
불청결하다고 손님이 화를 내시려나.
근데 길거리에 있는 쥐까지 식당에서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나저나 여기 쥐가 다닌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조금 어려워지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내 손님은 “길거리를 지나갔어요. 걱정 마세요. 저희는 괜찮아요.”라고 답했는데 뒤이어 주인분이 “손님은 괜찮아도 저는 싫어요!”라고 소리지르셨다.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폭소했었다.
오늘은 저녁을 때울 요량으로 떡볶이 순대 반반이랑 꼬마김밥 네 개와 오뎅 다섯 개를 시켰다.
여기의 시그니처는 간장인데 파와 청양고추가 채 썰어져 간장에 저며있다.
오뎅 한입에 고추와 파 한 조각씩 곁들여 먹으면 콧물이 나오게 맛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 국물도 간간이 마시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물 한 잔을 원샷 해야 하지만 감칠맛이 환상적이다.
오뎅 한두 개먹는 손님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우리를 계속 치고 지나가도 굴하지 않고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둘이서 푸짐하게 먹어도 11,000원밖에 안 나오니 알뜰하게 저녁 한 끼 한 듯하지만,
동시에 이런 곳에서 거금을 쓰는 큰 손이 된 기분이 든다.
국물을 끓이실 때 미원을 한 국자나 넣으시는 걸 목격하고 말았지만 잊기로 결심했다.
퇴근길 낭만을 포기하기가 아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