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2월 13일

필라테스

By In DAILY

막연한 편견이 있었다.
선생님이 앞에서 시범을 보여주면 뒤이어 강습생들이 애쓰며 얼추 흉내를 내는 구조의 운동은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문화센터에서 하는 요가를 다닌 적 있는데 그때도 경험이 영 별로였다.
내 성격 자체가 무엇인가를 해내려고 용을 쓰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그런 식으로 진행되면 하는 둥 마는 둥 하게 된다.

그렇다고 PT가 나에게 맞았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무게를 올리고 싶은 욕심도 없고 하라는 대로 정신없이 근력 운동을 하고 나면 하늘이 핑 돈다.
그래도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운동보다 내가 나태해지지 않도록 누군가 감시하는 운동을 해야 운동이 되게끔 하니 운동을 꾸준히 하려면 PT를 받아야 하는 운명이구나 생각했다.

내 속도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요가를 하면 딱 좋을 거라며 많이들 추천해 주었지만 저런 이유들로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필라테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근데 A가 2:1로 받으면 다를 수 있다고 혼자 받기는 금액적으로 부담되고 둘이 받으면 해볼 법 하지 않겠냐며 설득하기를 1년이 걸렸다.
이대로 가다간 아무것도 못하고 끝나겠다 싶었던지 A는 내 대답을 듣기 이전에 예약을 걸어놓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화요일 아침 8시고 그날 너 내키지 않으면 하지마 혼자 하고 올게.”
나를 너무 잘 안다.
민폐 끼치긴 싫으니까 할 마음을 먹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걸 앞둬서 그런가 어젯밤을 거의 설치고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수업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바로 체험을 시작했다.
숨을 들이쉬고 배꼽을 위로 보낸다고 생각하고 등을 구부리진 말고 바닥에 붙이되 허리가 들리지 않게 힘을 빼고 엉덩이를 당기고 발 뒤꿈치를 위로 밀어올린다는 듯이..
이게 하나씩 하면 쉬워 보이는데 명령어가 세개 정도 입력될 때부터 몸이 뒤틀렸다.
먼저 몸이 하찮을 만큼 덜덜 떨렸다.
다음으로는 발 뒤꿈치를 들라는데 발가락을 치켜들고 숨을 쉬랬는데 가슴을 내밀었다.
몸이 내 명령을 듣지 않으니 기분이 언짢다가도 어쩌다 한 번씩 자세를 잘 수행하면 보람찼다.
이게 수련의 기쁨이구나 생각했다.
관절을 사용하지 않고 근육과 호흡으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침 루틴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년을 뻐팅기다가 1시간 만에 필라테스 광신도가 됐다.

일단 한 달을 끊고 돌아왔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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