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40분 영화를 봤다.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수수료 없이 취소할 수 있는지 다른 시간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 찾아봤으나,
이미 영화 시작 30분 전에 눈을 뜬 이상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호기롭게 조조영화를 예매한 어제의 나를 원망하면서 꾸역꾸역 몸을 일으켰다.
원래 계획은 7시 반에 일어나 아침도 챙겨 먹고 커피도 마시고 시원하게 속도 비운 후 최상의 컨디션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었다.
거의 3시간짜리 영화에다 나홍진 영화면 내 컨디션이라도 깔끔해야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개뿔.
눈꼽도 못 떼고 서둘러 옷만 갈아입고 뛰었다.
다리가 풀려 세 번은 넘어질 뻔했다.
공복에 무지하게 긴 영화를 보고 나오니,
원래 먹기로 한 김치볶음밥 밀프렙이 영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럴 때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정신력으로 버텨내야 참된 어른이지만,
어찌 된 게 나는 음식 앞에서는 즉각 굴복하고 만다.
클린식하는 건강한 쌔끈빠끈 언니가 되는걸 뒤로하고 일본식 돈까스 정식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커피 내려마시고 정신을 차린 후,
원래 못다한 일을 하려고 했다.
기지개만 켜고 일어나야지 했는데,
그길로 잠들었다.
탄수 쇼크에 카페인 쇼크까지 더해져 완벽한 낮잠을 잤다.
오후 5시에 눈떴고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허무하게 하루가 다 갔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 가장 최고의 컨디션이다.
남은 몇 시간을 압축적으로 보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