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29일

1월 책 : 자기 결정

By In DAILY

이래라저래라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래라저래라 책은 자기 계발서 종류를 놀리듯 말하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 삶과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사람들이 주로 자기 계발서류의 책을 낸다.
나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궁금하다.
사견은 이렇고.

교보문고에 가면 자기 계발서 가판대가 비중 있는 것으로 미뤄 짐작해 볼 때,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지만 놓치고 있는 게 뭔지 알고 싶을 정도로 궁금하진 않아서,
그냥 궁금한 채로 두고 살아가던 중이었다.

책 제목부터 자기 결정이다.
딱 봐도 이래라저래라 책일 것이다.
그렇지만 읽기로 했기 때문에 읽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는 것, 스스로를 이해한다는 것, 변화한다는 것, 이것들은 과연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이는 말과 큰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정확한 말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자신에 관해 결정한다는 것, 이것은 자신의 생각에 관해 방향을 정하고 믿어왔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린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조종이 주는 악랄한 독성 : 자기 생을 스스로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욕구는 타인에게 조종당하지 않으려는 욕구와도 일치합니다. 꼭두각시가 되거나 다른 사람의 이익에 좌우되는 노리개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 둘러싸일 때도 있고 때로는 자기 결정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일부러 타인에 의해 변화되기를 자청할 때도 있지요. 조종당하는 것과 자기 결정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되는 영향을 받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문학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일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에 대해 이제 상상력의 반경이 보다 넓어진 것입니다. (중략)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문하는 사람에게 결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이러한 질문의 답은 오직 여유로운 가능성의 장 안에서 여러 가지로 입장을 바꿔보는 정신적 활동을 할 때에만 얻을 수 있습니다.

기억은 이야기될 때 이해 가능한 것이 되고 우리는 기억의 힘없는 희생양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기억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잊고 싶다고 해서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기억하는 존재로서의 우리는 자기 결정적 존재가 아닙니다. 자기 결정적 존재가 되려면 일단 이해하는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즉 기억이 휘두루는 힘과 끈질김을 우리의 정신적 정체성의 표현으로 보는 법을 배우고 나면 기억은 더 이상 외부 이물질이 아니게 되어 적군으로서의 공격을 멈추게 되는 것입니다.

기억이 휘두르는 전횡을 막는 방법은 오직 자기 인식뿐입니다. 즉 우리를 숨막히게 하는 기억의 강박적 힘이 어디서 오는지, 그 뒤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이해하고 시간이 흐른 훗날에도 기억의 무게가 좀처럼 상대화되지 않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자기 계발서보다는 철학서에 가까웠다.
이래라저래라 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하긴 하지만.
근데 이 이래라저래라가 왜 유효한지 알았다.
기억과 감상으로 모호하게 남아있는 이야기를 정확한 말로 만들어준다.
작가가 공을 들여 언어로 남겨둔 것을 낼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왜 이래라저래라를 싫어하는지, 문학에 대한 무한 신뢰에는 어떤 기저가 깔려있는지,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왜 그걸 소화할 때까지 곱씹고 또 곱씹는지 등 정확히 설명할 수 없던 양상이 명쾌하게 정리됐다.

쩝.. 이제 와 보니 뭘 또 그렇게 안 궁금해했나 싶네.
문학은 한 문장만 건져도 땡큐라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여러 문장 건지는 게 코미디가 따로 없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