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우스메이트인 A가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본인은 맛있는 걸 먹으러 가니 나의 끼니가 걱정되었는지 뭘 먹을 거냐 물었다.
‘대충 라면이나 끓여먹지 뭐’ 했더니 ‘오늘 같은 날 크라이 치즈 버거를 먹어야 하지 않겠냐’ 했다.
참고로 크라이 치즈 버거는 내가 매번 끼니 리스트에 1번으로 올리지만 언제나 제외되는 메뉴다.
A는 날 놀리려 한 말이겠지만 너무 맞는 말이라 오늘 저녁으로 크라이 치즈 버거를 먹기로 했다.
대충 옷을 걸치고 나왔는데 깜짝 놀랐다.
장작 타는 겨울 냄새가 났다.
슬리퍼를 신었는데 발이 시렸다.
상암, 저녁, 겨울, 크라이 치즈 버거의 조합이라니.
갑자기 사업 초반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감각과 기억은 연결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모든 게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딱히 달라진 게 없는 거 같기도 하고, 답도 없고 끝도 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뭐가 됐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큼은 너무 변함없이 확실해서 멈출 수 있었다.
햄버거를 포장해와서 CSI를 틀어놓고 먹는데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나 싶은 거다.
하필 포장지에 쓰여있는 말이 ‘CRY NOW, LAUGH LATER’였다.
그렇지만 오늘은 당장 웃고 나중에 울기로 했다.
꽤 달라진 것 같기도?